요즘 내 감정상태가 다소 불안정 하다고 느낀다.
때로는 막연히 우울하고, 때로는 (내가 느끼기에) 부당한 일들에 대해서 순간 화가 치밀어 감정적으로 대응하다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고 후회하는 일들이 많이 생겼다.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나중에 마음을 진정된 후 찬찬히 생각하면 실제로는 화를 낼만큼 별일이 아니었거나,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내가 오해 했거나, 또는 그 전의 좋지 않았던 기분이 이를 계기로 폭발하여 과잉 대응하였거나.. 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나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까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만들게 되었음을 느낀다. 이는 다시 자책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고.. 불안정한 감정이 다시 비슷한 일이 발생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느낌이다.
이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러한 상황을 좀 분석해 보기로 했다. 애초에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가 그러한 것이었으니...
우선.. 나는 왜 화가 날까
통상 부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군가로 부터 부당하게 공격 당하거나 내 권리를 침해 당했을때, 또는 부당하게 어떤 의무와 책임 또는 비난을 부담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화를 낸다. 이는 내 생각에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다. 가령 어떤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 화를 내면, 이를 본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공감하고 부당한 대우를 가한 사람을 비난하거나 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최근의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 나는 부당한 말과 부당한 행동이 나에게 가해졌다고 느꼈고, 상대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는 의도치 않게 여과되지 않은, 감정이 섞인 대화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화를 내지는 않는다. 즉 어떤 대우를 받았을 때 누군가는 강렬한 분노의 감정에 횝싸이지만, 누군가는 그것보다는 약한 정도의 분노에, 또 누군가는 아예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같은 경우도, 과거의 나였다면 최근의 몇몇 상황에서 똑같은 분노를 느꼈을까?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요컨대 분노라는 것, 즉 "내가 화가 난다"는 것은 객관적인 물리법칙처럼, 어떤 원인이 있을때 인과관계에 따라 무조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뭔가 다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뭘까?
일단, 그 때 기분이 않 좋았었기 때문에, 또는 과거부터 누적되었던 나쁜 감정이 있어서, 우울했었기 때문에 등등의 부가적인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게 원인이라면, 그러한 감정들이 있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 버리고 정당화해 버리는 것은 편리하지만, 내가 원하는 결론이 아니기에... 전에 읽었던 미움받을 용기에 나온 idea를 여기에 다시 한번 정리해 보고 깊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려고 한다.
'미움받을 용기' 책에 따른 설명 - 인간은 분노를 지어낸다
책 속에는 여러가지 내용이 있지만, 분노에 관한 내용은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내용인 '목적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한다. 저자는 어린시절 등 과거의 경험이나 원인에 의해서 사람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하며 특히 "트라우마"를 부정한다. 저자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소개하며 과거의 경험이 그 자체로서 인격 형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과거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고 한다. 따라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트라우마" 또는 다른 어떤 원인 때문도 아니며, 실은 내가 원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분노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이 서술되어 있다.
청 년 어제 오후 커피숍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지나가던 웨이터가 제 상의에 커피를 쏟았어요. 산지 얼마 안된, 그것도 단 한벌 뿐인 새옷이었지요. 발끈한 저는 버럭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평소 저는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성격인데, 어제는 커피숍이 울릴 정도로 큰소리로 화를 내고 말았어요. 분노로 이성을 잃고 만거죠. 어떻습니까? 여기에도 "목적"인가가 개입할 여지가 있습니까? 어제 일은 어떻게 봐도 "원인"에서 비롯된 행동이죠?
철학자 즉 자네는 분노의 감정을 주체 못하고 큰소리를 냈다는 말이군. 평소에는 온화한 성격인데 분노의 감정에 저항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이었다, 그런 말인가?
청 년 네. 매우 돌발적인 사건이었으니까요. 생각보다 소리가 먼저 튀어나왔습니다.
철학자 그러면 반대로 어제 자네가 우연히 흉기를 소지했는데 화가 나서 상대를 찔렀다고 해보지. 그런 경우에도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불가항력 이었다"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
청 년 그, 그건 너무 극단적이잖아요!
철학자 극단적이지 않네. 자네 논리대로라면 화가 나서 저지른 범행은 전부 '화' 때문이지 당사자의 책임이 아닐세. 어찌되었든 인간은 감정에 저항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청 년 그렇다면 선생님은 어제 제가 한 행동을 어떻게 설명하실 셈이죠?
철학자 간단해. 자네는 '화가 나서 큰소리를 낸 것'이 아닐세. 그저 '큰소리를 내기 위해 화를 낸 것'이지. 다시 말해 큰소리를 내겠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을 지어낸 걸세.
청 년 뭐라고요?
철학자 자네에게는 큰소리를 내고자 하는 목적이 먼저였네. 즉 큰소리를 질러서 실수를 저지른 웨이터를 굴복시키고, 자신이 하는 말을 듣게 하고 싶었던 거지. 그 수단으로 분노라는 감정을 꾸며낸거야.
과연 맞는 말인가?
일단 이 idea의 중요한 포인트는, "화가 나는 것"을 포함해서 모든 나의 감정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내가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견 이러한 idea는 우리의 상식과는 맞지 않는다. 책에서의 청년의 이야기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어떤 목적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간적으로 누군가에게 화를 내게 되는 상황을 경험한 기억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큰 소리를 질러서 상대를 제압해야지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화가 난 척 소리를 질러댔던 경험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분명히 나도 모르게 순간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서 의도치 않게 화를 표출했던 경험도 다들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며 이를 반박한다
철학자 "그래 분노는 한순간의 감정이지. 이런 이야기가 있네. 어느날, 엄마와 딸이 큰소리로 말다툼을 벌였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지. "여보세요?" 엄마는 당황해서 수화기를 드렀는데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의 감정이 남아 있었지.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딸의 담임선생이었네. 그걸 안 순간 엄마의 목소리는 정중한 톤으로 바뀌었지. 그리고 그대로 격식을 차린 채 5분가량 담소를 나누고 수화기를 내려 놓았네.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딸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청 년 음, 흔한 이야기로군요.
철학자 모르겠나? 요컨대 분노란 언제든 넣었다 빼서 쓸 수 있는 "도구"라네. 전화가 오면 순식간에 집어 넣었다가 전화를 끊으면 다시 꺼낼 수 있는. 엄마는 화를 참지 못해서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니야. 그저 큰소리로 딸을 위압하기 위해, 그렇게 해서 자기의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을 이용한 걸세.
청 년 분노는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다?
철학자 목적론이란 그런 걸세
의식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즉 무의식적으로라도), 분노라는 감정은 분명히 목적하에서 스스로 발생시킨 것이라는 것이 요지인 것 같다. 즉 모든 분노는 예외 없이 '목적'의 산물이라는 것이 저자의 요지이다.
처음에 이 글을 읽었을 때에는 내용에 동의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곱씹을수록 저자의 의견이 정확한 통찰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운 가정은 이렇다. 가령 백지상태의 어린 아이들은 처음 자신의 권리를 침해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를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늘어날 수록, 특정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습하며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 자동화된 대응방안이 입력된다. 화를 냈던 게 효과적이었던 기억을 갖는 사람들은 비슷하게 인식되는 상황에서 화를 내게 되며, 웃음이 효과적이었던 사람들은 웃음과 대화로 해결하려고 한다. 마치 운전을 배우면 몸이 운전방법을 기억하는 것처럼, 저마다가 가진 적절한 대응방법을 (가령 화와 웃음) 위한 감정 또한 자동으로 (즉 무의식적으로) 발현된다. 자동이긴 하지만, 이는 분명히 목적을 위한 행동이며 미리 학습되었기 때문에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느낄 뿐인 것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내가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화가 난 상태에서 했던 대화나 행동들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제나 차분히 이성적인 상태에서 대응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즉 "화가 나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상대가 나를 부당하게 침해하는데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상대방이 오히려 더 나를 무시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으면 이정도의 행동은 괜찮구나 오해하고 그러한 행동을 반복한다. 화를 내는 것은 사실 그런 측면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화가 나는 메커니즘은 인류가 야생에서 원시시대를 살아갈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발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에 대해 나는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을 구분 하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화가 나는 것"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리며 상대에 대한 적개심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즉 신체적/감정적인 변화를 동반한다.
반면 "화를 내는 것"은 반드시 화가 나서만 (즉 위 문단에서 설명한 단계를 거쳐서만)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 화가 난 것처럼 연기할 수 있다. 때로는 항의하기 위해, 내가 불쾌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거친 단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신체적/감정적 변화를 수반하지 않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서 화를 내는" 상황을 피하고, 필요시에는 "화가 나지 않은 상태로 화를 내는" 방식을 채택하고 싶다.
다만 어려운 것은 과연 "화가 나는 것"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가이다. 목적에 의한 행위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무의식의 단계에서 감정 표출이 승인되어 버려서 의식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면, 결국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분노에 휩싸이는 메커니즘은 모르긴 해도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 뇌에서 지시를 내리면 특정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적인 변화를 야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호르몬의 분비 자체를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내가 세운 가정은, 1) 우리가 어떤 외부적인 부당한 상황을 접한 후 2) 몸속에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적/감정적 변화가 일어 나기 전에 (즉 1)과 2) 사이에) 이성의 판단이 개입되는 단계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위 그림과 같이 분노라는 감정이 동일한 상황에서도 상황에 따라 다른 양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내가 미워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실수를 나한테 저질렀을 때 확실히 분노는 다른 형태와 규모로 나타난다. 이는 이성이 그 상황을 판단하는 단계가 분노의 호르몬이 분비되기 전에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면, 내가 만약 나는 이제 절대로 "화가 나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내 의식과 무의식에 확실히 입력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어떤 상황이 발생할 때 마다 그러한 의식과 무의식이 확실히 분노의 호르몬 분비를 막아 준다면, 앞으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몇번이고 되내이고 되내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사실 결론만 보면 당연한 얘기를 복잡하게 써 놓은거 아닌지 모르겠다...)
Action Plan
앞으로 당분간 아래와 같은 Action Plan으로 생활하려고 한다.
1. 누구에게도 "화가 나서 화를 내는 것"을 하지 않는다
2. 특히 Wife에게는 절대로 "화가 나는 것" 과 "화를 내는 것" 둘다 하지 않는다. (중요)
구체적인 실천 방식으로
1. 위 Action Plan을 항상 되새긴다.
2. "화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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